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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직장 동료 있습니까?

박현철 2008. 6. 10. 23:41
출처 : http://www.samsung.co.kr/news/biz_view.jsp?contentid=120105

직장에서는 학창시절 친구처럼 절친한 동료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인간적으로는 서로 좋아하고 맘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이 경쟁관계가 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직장 동료이다. 늘 비교의 대상이 되는 동료보다는, 오히려 상사나 부하직원과 친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그곳이 어디든 나를 믿어 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참 소중한 일이다. 좋은 동료가 되는 법 혹은 만드는 법.


가깝고도 먼 관계, 직장 동료

기업에서 13년을 보내고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에서 실시하고 있는 교육프로그램은 대다수 ‘부하직원을 향한 영향력을 어떻게 발휘할 것인가?'에 대한 리더십 프로그램이거나, '상사에게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일해야 좋은 성과를 거두고 개인적인 성공을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동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들어 왔다. 고교 시절에는 ‘고등학교 동창이 평생 동창'이라는 말을 들었고, 대학 시절에는 ‘동기사랑, 나라사랑'이라는 조금 어설픈 표어도 들었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동기가 힘든 회사생활에서 숨을 쉴 수 있는 ‘숨구멍'이라는 말까지 해 준 선배도 있었다. 힘들고 어려울 때 유일하게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뜻이리라.
처음에 이 말은 큰 위안이 되었고 진리처럼 여기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후배들에게 전수까지 했었다. 신입사원 교육을 담당하던 시절에는 입문교육 처음부터 끝까지 이를 강조하는 오류도 범했다.
회사에서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회사에서 사귄 친구는 학창시절의 단짝처럼 영원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기는 정말 어렵다. 그러나 조직에서 만난 가까운 사람을 ‘동료'라고 하지 ‘친구'라고 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처럼 오래 관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목적의 차이에 있다.

 

 상사나 부하직원과는 달리, 동료와의 관계에 관심이 덜한 이유가 무엇일까?
직장의 동료와는 진정 친구가 될 수 없는 것일까?


선배가 앞서면 당연, 후배가 앞서면 실력, 동료가 앞서면 뒤처진 것?
 

학창 시절 우리는 친구를 아무 조건 없이 사귄다. 그냥 분위기가 통하고 말이 통하면 친구가 되는 것이고, 서로를 공유할 수 있는 시간만 있다면 누구나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친구가 된 이후에는 서로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우정만 갖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이 진정한 친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나 사회생활은 다르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상대방과 협력하거나, 절친한 사이지만 비즈니스란 궁극적인 목적이 있기 때문에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단순히 취향이 비슷하거나 공통의 취미 또는 인간적인 호감으로 가까워질 뿐, 학창시절 느꼈던 끈끈한 애정이나 동질감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냉정한 비즈니스 현실 때문이다.
입문교육 시절 극기훈련에서 뒤엉키며 형성되었던 동기애는 현업에서 발휘되기도 하지만 경쟁심으로 바뀌기도 한다. 선배보다 늦는 것은 당연하고 후배가 앞서 가면 능력 있는 후배로 인정하지만, 동료에게 뒤처지는 것은 매우 상처가 된다. 또한 동료에게는 동기애를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거나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기도 한다.
필연적으로 경쟁을 하게 되는 동료, 그래서 동료와 친구가 되는 것은 특히 어렵다.


동료와 '우정'을 나누고 싶거든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모임과 흩어짐은 계속될 것이고 그 관계가 한 사람의 파워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최후의 순간까지 적보다는 친구가 많아야 하며, 강한 적 하나보다는 약한 적 여럿이 더 무서운 존재가 되므로 우리는 힘들더라도 동료와의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라

회사를 떠나거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서로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는 동료보다도 상사나 부하인 경우가 더 많다. 그것은 가르침이나 보호를 제공했던 상사 혹은 자신이 정성을 들여 육성했던 부하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단순히 동료라는 개념적 가치보다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우리는 수평적인 관계에서도 주고 받을 것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 수평적인 관계에서 줄 수 있는 것을 찾기란 쉽지 않다. 단순한 업무의 도움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관심이다. 그 사람의 취향, 취미, 관심, 개인적인 문제에 대해서 정리해 놓고 관심을 보여 줘야 한다. "내가 도와줄 일 없어?"라는 말보다도 축구를 좋아하는 이에게 내미는 ‘입장권' 한 장이 더 지속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뻔한 말로 들리겠지만 애경사, 특히 ‘애사'를 챙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순히 찾아가는 것을 뛰어 넘어 성의를 보여 주고 함께 있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업무의 도움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관심이다.
먼저 관심을 기울이고 마음을 보여 주면,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동료를 만들기가 쉬워진다.


일정한 거리를 두어라

직장 내에서는 너무 가까운 사이도 독이 될 수 있다. 모두가 인정하는 직장 내 단짝은 가끔 질투와 시기를 일으키기도 하고, 한 사람의 실수에 의해서 다른 한 사람이 싸잡아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너무 잦은 약속, 너무 잦은 술자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하라.
특히 업무상 밀접한 관계가 있는 동료와의 관계는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 이런 동료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뒤탈이 없게 하려면 단 둘만의 모임이 아닌, 업무와 밀접하지 않은 다른 동료들과 다수의 만남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본의 아닌 한 사람의 실수에 의해 ‘저 두 사람 유난히 친하던데 혹시…'라는 오해를 피할 수 있다.
가능하면 돈 관계는 확실히 해 두는 것이 좋다. 굳이 꼭 그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면, 동료와의 돈 거래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큰돈도 아니고 잔돈푼에 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 또한 작은돈이라도 자꾸 빌려 달라는 사람은 사람들의 회피 대상이 된다.

◆ 고민을 해결해 주려고 하지 말고 들어주어라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경우지만 부부싸움 후에 남편 욕을 하는 친구를 거들다가 갑자기 친구가 "그래도 넌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되지"라고 화를 내면서 두 사람 사이가 어색해지는 경우가 있다. 동료 사이도 마찬가지다. 고민을 이야기하길래 여자친구랑 헤어지라고 했다거나 아파트를 파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했다가 나중에 사이가 안 좋아질 수 있다.
진정한 카운슬러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고 들어주는 사람이다. 당신이 그 분야에 탁월한 전문가라면 몰라도, 본인의 마음속에 결론이 없는 상태로 당신에게 문제 해결을 요청하는 동료는 없다. 나름대로는 결론을 내리고 당신에게 확인받고 싶어할 뿐이다.
그러므로 상대가 고민을 의뢰하면 본인의 생각을 되묻고 나서 공감해 주고, 해 줄 수 있다면 그렇게 했을 때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해서 주의만 주어라. 절대 상대의 생각에 반대를 한다거나 그를 당신의 울타리에 몰아넣지 말기 바란다. 들어주고 스스로 문제를 찾도록 해 주기만 해도 상대는 당신을 현명한 카운슬러로 인정할 것이다.

 

 좋은 동료는 직장생활의 '숨구멍'이 될 수 있다.
때로 경쟁하면서도 터놓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료, 좋지 아니한가!

이 글의 서두에 동료와 친구를 비교했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진정한 우정을 목표로 했던 학창시절의 친구도 비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당신을 비교할 때 주위 사람들은 당신의 친구를 들어 비교했을 것이고 그것으로 상처를 받은 경험도 있을 것이다.
직장생활에서의 동료도 마찬가지다. 상하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로서 마음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경쟁해야 하는 동료, 이제는 그를 친구로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 글

박승주 / PSI컨설팅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