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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잘하는 ‘척’하려면, 한국식 모음 발음부터 버려라!

박현철 2008. 5. 28. 10:48

출처 : http://www.samsung.co.kr/news/biz_view.jsp?contentid=119951

영어가 오르지 못할 높은 산처럼 인식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발음. 진정한 영어의 고수가 되고 싶다면 제일 먼저 한국식 영어 발음을 버려야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영어 공부를 해본 이들의 이구동성이다.

해외 한 번 나가지 않고도 원어민 발음을 구사하는 영어의 달인 김일승 강사가 제안하는 영어발음 노하우. 외국인이 알아들을 수 있는 '진짜' 영어 발음으로 거듭나 보자.


외국인 선생이 전혀 알아듣지 못한 '유창한' 영어

중학교 시절, '영문법의 왕'이라고 불리는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시중에 나온 웬만한 영문법 책은 모두 섭렵했다며, 무척이나 자신을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영문법 실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후부터는 문법 문제는 절대 틀리지 않았던 '놀라운' 친구였습니다.

어느 날 캐나다 영어 원어민 선생님과 일주일에 한 시간씩 영어회화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주입식 교육에 영어는커녕 외국인과 마주칠 경험이 전무했던 대한민국 학생들이었기에, 그 선생님과 대화가 잘될 리 만무했습니다.

역시나 선생님과 전혀 대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How are you today?"와 함께 가벼운 인사로 학생들에게 대화를 시도했으나, 유일하게 알고 있는 영어 표현이 "F○○○ you!"였던 한 친구는 창피한 줄도 모른 채 연신 그 말만 해대고 있었습니다.

원어민 선생님이 너무나 친절(?)하게도 "I don't think so~"라고 답변하고 있던 그 순간! 드디어 그 문법왕 친구가 안 되겠다는 듯 일어났고, 그의 입에서는 유창한 영어가 술술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헬로우~ 나이스 투 미츄. 아이 라이크 더 캐나디언 후래그 비코우즈 더 레드 리프 인 더 미들 이즈 프리티!"
(Hello~ Nice to meet you. I like the Cananian flag because the red leaf in the middle is pretty!)

반 학생들은 '역시 해결사!'라며 감탄했지만 원어민 선생님의 반응이 이상했습니다. 마치 '그건 또 어느 나라 말이냐'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습니다. 비록 비속어였지만 차라리 "F○○○ you!"가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커뮤니케이션은 됐었으니까.

 

점수를 높이기 위한 문법 위주의 영어 공부보다는,
하나의 언어로서 소통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영어 공부가 필요하다.


'점수'로서의 영어 vs. '언어'로서의 영어

우리는 대한민국의 색다른(?) 영어교육환경으로 인해 영어를 배워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를 놓치고 있습니다. 영어는 다름 아닌 세계 공용어, 즉 세계인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인식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언어라 함은 입에서 소리로 발화됨으로써 비로소 제 구실을 하게 되는데요, 그렇다고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모두 언어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에겐 완벽한 영어 문장인 "더 레드 리프 인 더 미들 이즈 프리티"보다는, 외국인들을 확실히 이해시킬 수 있는 "F○○○ you!"가 필요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오로지 '100점' 맞기 위한 영어학습에만 몰입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문법 100점'이라고 어깨에 힘주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완벽한 문법에 완벽한 표현을 구사한다고 하더라도 정작 외국인들이 알아듣지 못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언어가 아닙니다.

토익 A등급에 외국인들도 다 모른다는 33,000 어휘를 모조리 외우고 있다 한들 A등급에 걸맞은 영어실력이 되지 않는다면, 그 토익점수는 그저 '숫자'에 불과합니다. '죽은 단어'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그 33,000 단어들 모두를 원어민에 가까운 영어 발음으로 구현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죠.


"어떻게 하면 영어 발음이 좋아질 수 있나요?"

스물일곱의 나이에 영어 발음 책을 출간한 후 제가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 바로 "어떻게 하면 영어 발음을 잘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항상 이렇게 대답합니다.
"영어 발음에 그동안 얼마만큼의 시간을 투자하셨나요?"
"영어 발음에 그동안 얼마만큼의 관심을 쏟았나요?"

듣기실력 향상을 위해 영어테이프를 틀어 놓고 잠들었고, 영어 단어를 외우기 위해 보기에도 질릴 만큼 두꺼운 어휘책을 베개 삼았으며, 문법 독파를 위해 문법책을 껴안고 잤을 정도로 열심이었던 게 우리 아니었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소통의 '기본기'라고 할 수 있는 영어 발음에는 상대적으로 너무 관심과 투자가 적었던 게 사실일 것입니다.

"물이 영어로 뭐예요?"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워러!"라고는 가르쳐 주면서도, 정작 '왜 [t] 발음인데 워터가 아니고 워러지?'라는 의문을 가져 본 적이 있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인이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 발음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읽기ㆍ쓰기ㆍ듣기에 쏟았던 노력 이상의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한국식 모음만 '죽여(!)' 줘도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이경숙 위원장의 이른바 '오륀지' 발언으로 떠들썩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필자가 항상 강조하는 것 중에 하나는 영어 발음을 절대로 한글로 표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한글로 제 아무리 '오륀지' 혹은 이보다 더한 '오우뤼인~쥐~' 이상의 미국인에 가까운 발음으로 표기를 한다고 해도 절대 대한민국 사람들의 발음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죠.

다음은 필자가 지난 2008년 2월 6일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글의 일부입니다.

"알파벳으로 구성된 영어에서 발음의 원천은 다름 아닌 '영어 발음기호'이다. 미국인이 발화하는 각각의 영어 발음기호를 얼마나 그와 유사하게 익혔느냐에 따라 영어 발음의 좋고 나쁨이 사실상 판가름 나는 것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표기법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한글'인 이상, 결국 우리 입에서는 '우리말‘이 바탕에 깔린 영어 발음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렌지'를 '오륀지'로 발음했더니 미국인이 알아먹었다고 해서 동영상으로 그 '오륀지'의 발음을 직접 들어 보았는데,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역시 'ㅣ' 모음을 끝에 붙여서 발음하고 있었다. 미국인이 잘 알아듣지 못했던 이유는 '오륀지'를 '오렌지'로 발음했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로 발음해야할 것을, 단어 끝에 우리나라 사람이 즐겨 붙이는 한국식 모음발음(ㅣ)를 붙여 로 발음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음+모음'시스템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 발음기호엔 없는 모음을 끝에 붙여 발음을 마무리하려는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다."(중략) 

우리가 영어 단어의 음절 수를 셀 때 많이 곤란해하는 이유는 한글은 반드시 '자음+모음'으로 구성되는 데 반해 영어는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strike'는 '스/트/라/이/크'이니까 5음절일 것 같지만, 실은 1음절입니다. 발음기호 에서 보듯, 모음이 하나뿐이죠.
그런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어이 각각의 자음에 '한국식 모음'을 끼워서 발음하곤 합니다. '한국식 모음 죽이기'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반드시 고쳐야 하는 부분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발음 중의 하나가 [r] 발음.
너무 굴린다는 느낌을 줄까 봐 대충 넘어갈 것이 아니라,
빠뜨리지 않고 꼼꼼히 발음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어 발음 좋아지도록 도와주는 매직 알파벳 [r] 

[r] 발음은 우리말에는 없는 발음이라서 혹은 지나치게 발음을 '굴린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쑥스러워 발음을 하지 않거나 대충 하곤 하는데, 이 점은 꼭 고치시기 바랍니다. 빠뜨리지 않고 꼼꼼히 발음해 주는 습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금 설명하고자 하는 '모음 앞의 [r]과 모음 뒤의 [r]'은 영어 발음공부를 했던 분이라 하더라도 다소 생소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학원가에서도 아직까지 이런 논리로 [r] 발음을 가르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만 익혀 두면 여러분도 [r] 발음의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본적인 [r]발음 방법  (음원 참고)

발음 방법은 혀뿌리의 양 옆 부분을 안쪽의 양 윗어금니와 그 잇몸의 경계 부위에 붙이고 혓바닥을 경구개 쪽으로 가까이 당겨 발음합니다. 경구개는 입 천장에서 비교적으로 단단한 앞쪽 부분을 칭합니다.

모음 뒤에 [r]이 위치할 땐 입술을 둥글게 하지 않고 발음 (음원 참고)

모음 앞에 [r]이 위치할 땐 입술을 둥글게 하면서 발음 (음원 참고)

 

지난 18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 을'에 정동영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맞붙었습니다. 이때 정동영 후보는 "정몽준 후보는 상류층 출신이기에 중산층ㆍ서민들을 위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 힘들지 않겠느냐"고 했고, 이에 정몽준 후보는 "대머리만이 대머리 치료제를 발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반박했다고 합니다.

필자가 정동영 후보의 입장이었다면 다시 이렇게 재반박했을 것입니다. "물론 대머리만이 대머리 치료제를 발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머리가 대머리 치료제를 발명했을 때 실제 대머리들을 더욱 크게 감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정치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 필자는 해외는커녕 아직까지 비행기 한 번 타 본 경험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영어 발음 책까지 집필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영어 발음에 대한 각별한 관심 그리고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 해외연수를 길게 다녀오지 않았기 때문에, 아니면 아예 연수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영어 발음이 결코 좋아질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분이 있다면 이젠 과감히 버리기 바랍니다.

나는 '대머리'입니다.


- 글ㆍ음원

김일승 / <영어발음? 웃기고 있네!!> 저자. 미니홈피 www.cyworld.com/kispure